지난 10여 년 동안 NAND 업계의 경쟁은 단순했다.
“누가 더 높이 쌓을 수 있는가?”
16nm, 14nm, 12nm 수준에서 평면(Planar) NAND의 미세화가 한계에 도달한 이후, 업계는 V-NAND라는 해법을 선택했다.
삼성전자가 3D NAND를 처음 상용화한 이후 SK하이닉스, Micron, Kioxia, Western Digital 모두 적층 경쟁에 뛰어들었다.
64단, 96단, 176단, 232단을 지나 이제는 400단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NAND 업계의 관심은 더 이상 “몇 단을 쌓았느냐”에만 있지 않다.
이제는
“어떻게 붙일 것인가?”
가 새로운 경쟁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YMTC가 먼저 시작한 길
중국의 YMTC는 2019년부터 셀(Cell)과 주변회로(Peripheral Circuit)를 각각 제조한 뒤 결합하는 방식을 추진했다.
당시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경제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복잡한 공정이 추가되고 비용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선두 업체들은 오랫동안 이러한 접근 방식을 주력 전략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굳이 비싸게 만들 필요가 있는가?”
당시에는 맞는 판단이었을 수도 있다.
AI 시대가 만들고 있는 변화
그러나 AI 시대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문제가 등장했다.
NAND 역시 점점 더 높은 성능을 요구받고 있다.
과거 NAND는 저장 밀도가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에서는
- 고속 인터페이스
- 낮은 지연시간
- 높은 대역폭
등이 중요해지고 있다.
문제는 하나의 공정으로
- 300~400층의 초고적층 셀
- 최첨단 고속 Peripheral Logic
을 동시에 최적화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셀은 집적도를 원한다.
주변회로는 속도를 원한다.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Cell과 Logic의 분리
그래서 업계는 새로운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셀은 셀대로 최적화하고,
주변회로는 주변회로대로 최적화한 뒤,
마지막에 서로 결합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하나의 칩 안에 서로 다른 세대의 최적 공정을 사용하자”
는 생각이다.
이 접근 방식은 NAND 뿐 아니라 향후 메모리 산업 전반에서도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다.
기술은 언제나 처음에는 비경제적으로 보인다
이 대목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오래전 기억이 떠오른다.
2003년 무렵 FinFET과 GAA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있을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특허 심의회에 가면 종종 이런 말을 들었다.
“이상한 것 하지 말고 양산 지원이나 해서 수율이나 올려주기 바랍니다.”
당시 관점에서는 충분히 이해되는 이야기였다.
회사는 늘 바쁘고 당장의 수율과 생산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연구했던 FinFET과 GAA는 이후 반도체 산업의 표준이 되었다.
그때 출원한 특허들 중 일부는 오늘날 수조 원, 수십조 원 규모의 산업과 연결된 기본 특허가 되었다.
미래를 보는 조직의 중요성
반도체 산업은 투자 규모가 매우 크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미래를 보는 시간의 크기이다.
진짜 경쟁력은
1년 뒤를 보는 조직이 아니라
10년 뒤를 보는 조직에서 나온다.
때로는 20년 뒤를 준비해야 할 때도 있다.
당장의 경제성만 따지면 많은 혁신은 시작조차 할 수 없다.
HBM 역시 비슷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부 사람들은 HBM을 틈새시장 제품으로 평가했다.
지금은 어떠한가?
HBM은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되었다.
결국 CEO의 의지다
기업에는 늘 당장의 문제가 존재한다.
수율 문제,
원가 문제,
매출 문제,
시장 점유율 문제.
그렇다고 미래를 준비하는 조직을 없애버리면 결국 미래는 사라진다.
5년 후,
10년 후,
20년 후의 먹거리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조직 안에 유지하는 것은 결국 최고경영자의 의지에 달려 있다.
물론 모두가 Elon Musk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미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조직 문화는 만들 수 있다.
결론
NAND 산업은 지난 10년 동안 적층 경쟁을 해왔다.
하지만 앞으로의 경쟁은 단순히 층수를 늘리는 것이 아닐 수 있다.
Cell과 Peripheral을 분리하고 다시 결합하는 새로운 구조,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접합(Bonding) 기술이 차세대 NAND의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변화가 처음에는 늘 비경제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정말 큰 혁신들은 대부분 처음에는 비경제적으로 보였고, 비현실적으로 보였으며, 쓸모없어 보였다.
그리고 몇 년 후,
그 기술은 산업의 표준이 되었다.
어쩌면 NAND의 미래도 지금 그 갈림길 위에 서 있는지 모른다.
옛날 이야기 생각나는 내용아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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